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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8
항체 공학자이며 바이오 의약품 전문가인 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의 예경무 교수는 2017년부터 고향인 대구에서 새로운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DGIST에 부임하기 전엔 세계적인 생명공학 연구기관인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에서 조교수로 활동했으며 항암제·망막치료제 등을 개발했다. 특히 항체공학 분야에서 작용제 항체(Agonist antibody)를 개발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 논문과 특허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이전을 진행해 기술 실용화에 앞장섰다. 1994년 대구 계성고, 2000년 고려대 졸업, 2008년 포스텍(POSTECH)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슬하에 예쁜 딸아이(예정아·6세)를 하나 두고 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시점이면 어김없이 국내 과학자와 문학인들의 이름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각국 수상자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국적의 과학 관련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으로서는 매년 남의 나라 잔치 같은 노벨수상자 발표에 대해 많이 아쉬울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수상소식은 더더욱 노벨상 수상에 대한 열망감을 안겨다 준다. 역대 노벨상 중에서, 과학자인 필자에게 크나큰 놀라움을 안겨다 준 것은 2018년도 노벨 화학상과 생리의학상이다. 그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최근 항암 치료의 신기원이라 볼 수 있는 면역항암제 개발의 단초가 된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 분자의 발견, 화학상은 '유도 진화(Directed Evolution)'와 '파아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를 통한 항체 의약품 개발 기술에 수여됐다. ◆201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사실 201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은 당해의 노벨 화학상 연구 주제와 관계가 깊은 항체 의약품의 공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를 안겨준 면역관문 분자가 암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표적이며, 이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항암제가 바로 항체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미국의 제39대 대통령인 지미 카터(Jimmy Carter)는 면역관문 분자를 억제하는 '키트루다(Keytruda)'라는 항체 항암제의 도움으로 피부암을 완치했다.이렇듯 항체의 구조가 제럴드 에델만(Gerald Edelman·1929~2014)에 의해 밝혀진 이래 항체는 순수 면역학 분야뿐만 아니라 현재 항체 의약품으로 대변되는 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개인 맞춤 의료 선봉장, 항체 의약품최근 신문 지상을 통해 개인 맞춤의료가 부각되고 있다. 마치 기존 치료법이 기성복이라면 맞춤의료는 솜씨 좋은 양잠점의 양복 같은 느낌이다.개인 맞춤의료의 정의를 말하자면 개인의 유전형을 파악해 약물 혹은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개개인의 생체 조건에 최적화된 의료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다.기존의 신약 개발 방식이 환자 개개인의 특성 중심이 아닌 질환 및 증상 중심의 약물 활성물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면, 맞춤형 의료는 유사 질환 및 증상이라 하더라도 그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의 효능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둔다.환자 개인별 유전체·단백체, 그리고 분자 수준에서의 분석을 통해 의약품 활성물질의 상호 작용의 차원에서부터 고려해 치료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개인별 특성이 분석되면 상황에 알맞은 치료법이나 치료제 개발이 필수적인데, 항체 의약품은 타깃에 대한 선택적 작용 특이성과 개발 용이성 등으로 이와 같은 개인 맞춤 의료에 최적화된 치료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항체 의약품 전성시대이렇게 항체 의약품이 대세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한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항체 의약품이 지닌 표적(Target) 특이적 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의약품들, 가령 화학 의약품(Chemical drug)은 작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본래 의도하는 표적 외에도 비특이적인 표적에 작용하여 원치 않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하지만 항체의 경우 본연의 항원과 결합 특이적 특성으로 의도하는 표적만 조절하여 부작용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이뿐만 아니라 항체 의약품의 경우 이미 우리 몸에 존재하는 생체 물질이라 화학 의약품이 나타내는 다양한 독성 문제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러한 항체 의약품의 제형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현재 우리 인류의 건강 복지를 위협하는 암이나 염증 질환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며 제약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국내 바이오 의약품 연구를 위한 제언필자는 미국 항체 공학의 산실인 '스크립스 연구소(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에서 항체 의약품 개발 연구를 수년간 경험했다. 연구실에서 개발되는 작은 기술 하나하나가 거대 제약사의 실제 의약품 개발에 적용되고, 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친 수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기술 창업의 길을 나서는 것을 지켜보면서 항체 공학 분야에 대한 자긍심도 높았다.2017년 국내로 돌아와 DGIST에 둥지를 틀고 항체 연구를 진행하면서 늘 느끼는 아쉬운 점은 한국의 항체 연구진, 관련 연구 인프라가 타 연구 분야보다 많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재 항체가 제약업계를 이끌고 있는 분야임에도 바이오 의약품 관련 다양한 세부 전공자, 전문가 수는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나 바이오베터(바이오 의약품 개량 신약) 의약품 위주의 연구도 좋지만, 이제는 파지디스플레이(phage display)를 이용한 항체 공학 기술처럼 세계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호령할 수 있는 토종 개인 맞춤형 의약개발 기술의 탄생을 염원해야 하지 않을까? 바야흐로 항체 전성시대다.예경무 교수 (뉴바이올로지 전공) Url :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010-****-0001864 -
뉴바이올로지전공, 잘 고른 항체로 새로운 항암제 만든다 - 예경무 교수님
2022-03-18
실험실에 들어서자 얼음이 가득 담긴 스티로폼 상자를 든 연구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스티로폼 상자에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플라스크가 담겨 있었다. 플라스크에 든 것은 항체. 온도를 영하로 유지해야 항체 활성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항체를 0.1초라도 상온에 노출 시키면 안 된다고. 예경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가 이끄는 단백질공학연구실에서는 항체가 사람보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항체 치료제가 전부 길항제인 이유예 교수팀은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체 치료제는 길항제(antagonist)다. 길항제는 항체를 이용해 특정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가령 대부분의 항암제는 길항제로 작용해 암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런데 예 교수팀이 개발하는 항체는 정반대로 작용한다. 이런 항체를 작용제(agonist)라고 부른다. 작용제 항체는 세포막이나 세포질에 있는 특정 수용체와 결합해 특정 단백질의 작용을 촉진한다. 호르몬을 주입해 원하는 반응을 유도하는 호르몬 치료제와 비슷하다. 대신 반감기가 하루 이내인 호르몬과 달리, 항체 치료제는 체내에서 2~3주간 유지된다. 약효가 그만큼 오래 가는 셈이다.대부분의 항체 치료제가 길항제인 데는 이유가 있다. 항체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 항체만 순수하게 분리해내는 기술이 핵심인데, 이때 바이러스의 일종인 박테리오파지의 유전자를 조작해 표지 단백질로 항체를 만들어내는 ‘파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 기법이 많이 사용된다(201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분야다). 예 교수는 “박테리오파지의 유전자를 변형해 스스로 수용체를 만들게 하고, 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항체를 분리하면 된다”며 “길항제는 박테리오파지의 수용체와 쉽게 결합해 그만큼 분리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반면 작용제는 수용체가 활성화되는 부위에 정확히 위치해야 결합할 수 있다. 길항제에 비해 수용체와 결합할 확률이 낮고, 결과적으로 파지 디스플레이 기법을 이용해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파지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항체를 분리하면 대부분 길항제만 나온다. 작용제를 선별하려면 완전히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예 교수팀은 2013년 ‘자가분비기반 항체 선별(Autocrine-based antibody screening)’이라는 작용제 항체 분리 기법을 개발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5월 4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073/pnas.1306263110 연구팀은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 항체가 결합해 세포의 신호 전달 과정을 촉진하면 세포가 형광을 띠도록 만들었고, 형광을 띠는 세포만 골라 항체를 떼어내 작용제 항체만 분리했다. 예 교수팀은 이 기법으로 백혈구 증식인자(G-CSF)의 작용제 항체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G-CSF는 백혈구를 증식시키는 생리활성 단백질로 대사성 질환이나 염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 연구팀은 G-CSF의 작용제 항체를 분리한 뒤 기능을 조사한 결과 골수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아냈다.“작용제 이용한 항암제 개발이 목표”예 교수가 어려워도 작용제 항체를 연구하는 이유가 뭘까. 그는 “작용제 항체는 기존 약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신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면역관문수용체의 경우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하면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암세포를 죽인다. 많은 항암제가 이를 이용해 암세포를 없앤다.그런데 이와 반대로 면역관문수용체의 작용을 촉진해도 면역세포인 T세포가 활성화돼 암세포를 사멸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수용체의 작용을 촉진하는 작용제를 선별하기 어려워 항암제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예 교수는 “자가분비기반 항체 선별 기법을 이용하면 면역관문수용체의 작용제만 분리해낼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하면 새로운 항암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현재 작용제를 이용한 항체 치료제는 전무하다. 항체 치료제 시장은 길항제가 ‘독점’하고 있다. 예 교수팀은 2019년 10월 제약기업인 안국약품과 공동으로 항암 효과가 있는 작용제 후보 발굴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예 교수는 “작용제 분리 기법을 이용해 작용제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최근 암 치료 물질로 주목받는 엑소좀(exosome) 등에도 항체를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대구=이영혜 기자 과학동아 yhlee@donga.com사진 : 홍덕선과학동아 2020년 02호 기사 url : https://www.dgist.ac.kr/kr/html/sub06/060103.html?mode=V&no=1fe1e269cb9863550041aa97a82f43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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